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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엔딩플레이 리딩클럽, 뮤지컬 소현

Winnie the Witch 2024. 10. 25. 14:56

내가 나의 삶을 살며
색다른 채색을 할 수 있을 듯한 기회가 있었다.
기회인지 모르고 놓쳐 버린 순간들이
중년의 삶을 살다보면
문득문득 알아차려지는데
지나간 시간들은 참 아쉽다.
다시 살 수 없으니까 더 아련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그 시간을 다시 살아도
또 기회인지 모를 수 있다.
생각해보면 마음이 끌리는대로 가지 못했음이다.
이런저런 상황들로 인해
이것저것 생각이 많음으로 인해
혹은 게으름으로 인해...
그래서 지금은 그저
마음 가는대로
손 가는대로
저질러보고 후에 생각하기를
해보려 한다.

그렇게 나는 모든 걸 다 제쳐두고
네버엔딩플레이에서 하는 리딩클럽을 신청했다.
수용자 상담이 잠시 쉬는 틈을 타서
그래도 좀 여유로운 월요일 일정을 조율하니
소현이라는 뮤지컬을 하는 날이었다.
소현이 뭘까? 소녀의 이름인가?
일단 신청을 하고 알아보니
사극이다. 소현세자였다.
뭐 괜찮다. 어려울 수 있겠지만 한글 읽기잖아?ㅎ

한성대입구역 극장 봄.
9월 마지막주부터 매주 월요일 4차례
저녁 8시에서 10시까지.
시간이 딱딱 맞으리라는 보장이 없기에
막차가 끊길 것을 생각하여
큰딸의 자취방에서 참여하기로 한다.
하지만 또다른 막차 염려하는 참여자로 인해
시간이 많이 초과된 적은 없다^^;

뮤지컬 소현은 궁중문화축전에서
창경궁 문정전을 배경으로
야외에서 올려진 극이라고 한다.
단순히 리딩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 한 작품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
실제 연출하신 정철님과 함께
작품을 준비하고 연구하고
배우들과 극을 올리며 겪었던 일들을 들으며
이 소현이라는 작품을
다시 전경으로 가져와 살려내었다.

연출가님의 작품 연구자료를 황송하게 받아들었다.
싸인도 함께^^
작품 연출이 그냥 되는 게 아니고
이 작품 속 인물들을
정말 진심으로 사랑해야
할 수 있는 거구나 알게 되었다.
사랑은 관심.
엄청나게 그 인물을 탐구하고
관련 자료나 장소를 찾고.
참여자들은 나 빼고 모두
배우나 연출을 준비하거나
아주 빠삭하게 잘 아는 분들이어서
머글인 나는 어리둥절 ㅋ
하지만 잘 하는 사람들과 읽으니
내 입장에선 더 재미짐 ㅎ

마지막 날은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았다.
요런 세심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참여자가 있다.
작품 속 대사를 넣은 수제품.
나는 굴저가 조선에 남겠다는 각오를
받게 되었다.
그 손길과 마음이 정말 귀하고 감사하다.

마지막 날 피치못할 사정으로 참여하지 못한
참여자 분은
요런 케잌을 맡기고 가셨단다.
세상에나..
예뻐서 못먹는다고 했었지만
한입씩 다 잘라먹었다.

참 재밌고 즐거운 시간.
배우와 제목만 보던 극에서
연출자라는 자리의 중요성을 배웠다.
그리고 소현이라는 작품과
소현세자, 세자빈 강씨, 굴저라는 인물 등과
아주 가까워졌다.
잘 색칠한 내 인생의 한자락^^

그때 그시절
그 파이팅콜도 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