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그/머무르기
마음에 남는 종결상담
Winnie the Witch
2021. 4. 15. 14:19
심리상담을 진행하다보면
뿌듯하고 기쁜 종결도 있지만
아쉽고 안타까운 종결도 있다.
후자의 경우는
대부분 상담료를 담당하고 있는 보호자가
상담이나 심리치료에 부정적 시각을 가지고 계셔서
아예 진행을 못하거나
잠깐 접근했다 멈춰야하는 때이다.
이때는 갑자기 끝나버리기도 하여
거의 아동인 내담자와
이별을 다루지 못하는
혼돈의 상황이 벌어진다.
사실 내담자가 존중받지 못하는
관계 속 패턴이 다시 나타난 것이기도 하다.
이번 사례는
이제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기 시작하여
자신을 바라보고
내 마음을 이야기하기 시작한 시점에서
종결을 준비해야 했다.
스스로는 중요한 부분이 아니라 여겨져도
우리사회의 관점에서 응당 그래야만하는
고3이라는 내담자의 상황과
역시 마음이 우선순위가 아닌
보호자들의 관점이 맞물렸다.

내가 함께 걸어갈 수 있는 길은
지금은 여기까지다.
나와 동행한 시간이
씨뿌리는 시간이어서
이제 내담자가
스스로 자신의 인생에 거름을 주고
또다른 양질의 해와 비와 바람을 만나
건강하게 성숙해
자신만의 열매를 맺길 기도할 뿐이다.

마지막 시간이라고
유료상담임에도
선물을 준비해주신 보호자님의 손길에 감사드린다.
그런데 나는 내담자가 내민 이 작은 봉투에
감격하여 울컥한다.
너를 떠올리게 하는
작은 하트 스티커 포인트
여기엔 순간순간들을 되새기고
단어를 고르고
깊이 사고하는
내담자의 마음과 정성이
깃들어 있을 것임을 알기에
감히 확 열어 읽어볼 수가 없다.
나 혼자의 조용한 시간에
경건하고 정갈한 마음으로
화답하며 열어보고 싶다.
무엇이 쓰여있든 그 마음을 알기에
애틋함과 기대와 설렘으로
두근두근 적절한 시간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