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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 이상과 정상

Winnie the Witch 2024. 3. 15. 15:03

타임세일 중이라는 SNS 글이 올라와 살펴보니
꼭 보고 싶은 내용의 뮤지컬이다.
아픈 엄마와 사는 가족 이야기
가족 구성원 중 한사람이 몸이 아파도
모든 가족이 영향 받지만
마음이 아파도 큰 영향이 있다.
양극성 장애를 앓고 있는 엄마라고 해서
이 가정을 이 뮤지컬에서는
어떻게 풀어내고 있나 들여다보는 것이
나의 상담에 큰 플러스가 될 것이기에
타임세일 막바지 10분 남겨놓고
얼른 50% 할인가로 예매.

장소는 광림아트센터 BBCH홀

이 눈은 무슨 의미일까..
극 중에도 이 눈이 한번 등장한다.
나를 옭아매는 누군가의 시선일까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막막한 시선일까
그냥 평범한 사람이라는 표현일까

내가 구입한 관극기념 마그넷도
이 눈, 그리고 보라색
엄마가 마지막에 입고 있는 옷색깔도 보라
혼란한 마음과 슬픔의 상징일까

이 뮤지컬은 MD상품이 얼마 없다.
2종의 마그넷과 컵?

오늘의 배우들
내용이 궁금했고,
세일을 노렸기에,
막 배우를 선택하고 하진 않았는데,
TV 드라마에서 종종 만나는
배해선 배우의 연기력이 좋다고 생각하기에,
그 엄마를 잘 표현해주리라 기대한다.
뮤지컬이라 노래로 표현을 잘 해주어야
극이 전달하고자 하는 감동이 잘 와 닿을테지만
그걸 고를 수도 없었다.
노래로 만나보지 못해서 ㅎ
아 김환희 배우는 들어봄.

마찬가지로 타임세일 막바지에 예매한 티켓이라
자리도 고를 수 없었다.
이 극장에서는 좀 뒷자리라고 여겨지지만
내가 예매할 당시 젤 앞자리.
바로 맨 앞자리 포함 취소표들을 발견할 수 있었지만
세일가를 유지하려면
바꿀 수 없지..

자리는 보이기는 다 잘 보임.
특히나 내 앞좌석이 비어있어서
더 시원하게 잘 보임.
시력이 나쁘면 세세한 표정은 잘 안보일 수 있음.
나는 가끔 오글 사용했지만
딱히 필수는 아닐 듯.
하지만 음향은ㅠㅠ
당췌 뭐라고 하는지...
그냥 분위기로 파악.
이 극장은 앞 중간으로 가야해..

빈 무대 촬영도 안되지만
커튼콜 촬영이 가능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으나
암튼 커튼콜 다 끝나고
오케스트라 정리하시는 중

양극성 장애를 앓고 있는 엄마는
과대망상 증상도 함께 있어
환각과 함께 살아간다.
사실 한가지 병증만 있는 경우는 드물지.
16년을 약을 먹고 온갖 치료를 해도
호전되지 않는다.
급기야 전기 치료요법으로
기억을 잃기도 한다.
눈에 보이는 증상만 없앤다고
나은 것이 아닌데...

이 엄마는 크나큰 고통을 안고
평생을 살아오느라
딸을 안아줄 수조차 없었다.
고통에 시달리는 엄마로 인해
딸도 고통의 시간을 보낸다.
천재 모범생이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속은 다 썪어 엉망이다.
혼란 투성이다.
자기 자신의 존재 가치가,
가장 중요한 타인인 엄마로부터
받아들여지지 않으니
그럴만 하다.

이 집에서는 아마도
8개월 아기를 허망하게 품속에서 잃은
엄마의 슬픔과 죄책감,
그리움과 안타까움 등의 고통을
그냥 없는 듯이 덮어 둔 것 같다.
정상의 평범한 가정이 되기 위해,
그 평범함이 행복이라 여기며
그 헛된 목표를 향해
무던히도 애쓴다.
애쓰고 노력하지 않는 건 아닌데
그 방향이 과연 옳은 방향일까..

고통은 반드시 다뤄져야한다.
정서중심치료에서는
고통에서 떠나기 위해
반드시 그 고통을 만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만나지도 않은 것을
어떻게 떠날 수 있겠는가.

아이의 이름조차 언급하지 않으며
우리집에 그런 고통과 이상은 없었던듯이
그냥 좋은 남편, 좋은 아빠로서
평범한 행복만을 지키고자 했던 아빠도
사실은 엄마와 같은 고통 속에
갇혀있었다.
울컥..

내가 아픈 곳은
뇌가 아니라
마음이라고
외치는 이 엄마와
이 가정을 지켜보기 위해
객석이 꽉 찼다.

사실 예매하며
내 뒤로는 좌석이 모두 비어있는 것을 보았는데
초대권을 돌렸는지
학생들이 많이 보이는 것 같았다.
고등학생도 있고
상담이나 심리를 공부하는 듯한
대화를 나누는 이들도 있다.

그래, 모두 열심히 정서를 경험하여
좋은 상담자, 신경정신과 의사로서
마음의 고통을 알아주고
제대로 된 도움을 주기를~

나는 오늘 자리에서 잘 안들리는 게 아쉽..
많이많이 앞자리에서
이 가정의 정서를 더 잘 느끼며
재관람하고 싶다.
하지만 볼 게 너무 많아서
또 이렇게 깜짝 세일을 해주지 않으면
어려울 수도ㅠㅠ

오늘 이 극을 관람하며
이전에 백내장수술을 하는 바람에
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를
취소수수료까지 내가며
취소했던 것이
못내 더 아쉬워진다.
우리 드라마심리상담 슈퍼바이저께서
연극이나 드라마를 많이 보는 것이
매우 도움이 된다고 하셨는데
좋은 극들이 참 많다.
TV도 무대도. 책도.
모든 것들을 다 직접 경험하는 것은 불가능이지만,
좋은 극과 배우를 만나면
이것도 다 나의 경험으로 자리한다.
확실히 생생하게 내 것으로 다가오며
나를 찾아오는
고통 속의 내담자를
더 진실되게
만나고 동행할 수 있게 된다.

세상에 누가 어떤 기준으로
이상과 정상을 나눌 수 있다는 말인가
그 무엇도 통계에 의한 사람의 기준일 뿐이다.
개개인을 바라보고 만나고
그 사람의 고통을 따라가며
내 길을 살아낼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도울 뿐이다.
작품에서는
평범의 언저리에만 있어도 좋다고 했지만,
다른 사람이나 어떤 기준에 의해서가 아니라
각자 개인의 기준에 맞춘 것,
그것이 평범이고 정상이고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