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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영웅,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Winnie the Witch 2024. 8. 6. 16:09

뮤지컬 영웅은 일제강점기
안중근 의사를 중심으로 한
독립운동 이야기.
난 일단 일제강점기, 유태인 학살 나치
이런 거 엄청 싫어한다.
이미 일어난 찐역사라
바꾼다든지 관점을 달리 한다든지 할 수 없는
무기력감이 넘 느껴지고
그리고 인간을 대상으로
어쩜 저럴 수 있을까 싶게 끔찍해서..
난 상상과 동화의 세계를 좋아한다.
그래서 영웅은 아무리 극찬의 소리가 들려와도
그렇구나 하고만 있었다.
그러다가
한 내담자가 영웅은 그렇지 않다고
영화 한번 보라고 간곡히 청하길래
얼마전 OTT로 봤다.
아들을 보내는 엄마의 마음을 보라고 했었고
나도 그 부분에서 감동을 받았다.
내담자의 말대로
이전 고문 중심의 일제시대 이야기와는
좀 다르긴 했다.
그래도 뮤지컬로 또 보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런데 내 뮤지컬 동지 둘째딸이
정성화 주연으로 보고싶다 하여
세종문화회관 3층 꼭대기 자리로 예매를 했다.
그 자리가 없었으면 안봤을 거다.
50% 할인이 없었어도 굳이 가지 않았을 거다.
싸면서도 보일 건 보일 듯한
3층에서는 맨앞열 중간 즈음 자리.

악명높은 세종문화회관 3층에 대한 선입견 덕인지
자리는 가격대비 매우 만족이었다.
오글 덕을 톡톡히 보며
전체 무대를 잘 보았다.
전체의 움직임을 볼 수 있어
더 웅장하고 멋짐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나름 앞열이어도 각오했던 대로
기차 안 배우 머리 잘리고
십자가 위 잘리고
너무 꼭대기에서 내려다 보는지라
안쪽 무대는 위가 잘린다.

보고싶다던 정성화 배우와
또 레베카에서 멋지다고(멋진 역할은 아니었음 절대)
눈도장 찍은 임정모 배우 날로 잡음.

나는 이 뮤지컬 보기를 참 잘 했다.
그저 딸램 너 잘 봐라 하는 마음으로 앉아있었는데
첫 넘버 나오는 순간부터
감동받아 몰입했다.
역사 이야기는 뭔 설명조가 그리 많은지
지루하기 일쑤였는데
지루할 틈이 없었다.
사뭇 진지한 정성화 안중근에
임정모 배우와 독립운동가들이
유머와 인간미로
양념을 쳐주고 있었다.
정성화 배우의 매서운 눈빛 연기란!
"나는 대한의군 참모중장으로
독립전쟁을 하는 중이며
그 일환으로 적장 이토 히로부미를 쏜 것이므로
나에게 적용할 법은 일본, 한국의 법이 아니라
육전 포로에 관한 국제법이요.
왜 나를 일본법으로 처리하는 것이오?"
누가 죄인인가?!
아아.. 그리고
역시 어머니가 나타나면
울컥울컥 눈물이...ㅠ
아들을 사지로 보내는 엄마의 아픔과
믿음으로 주께 의지하는 신자의 모습과
의연히 어려운 나라를 위해 결단하는 그 마음이
푹푹 가슴을 아리게 한다.
사실 내 옆에 앉으신 수녀님은
극 내내 훌쩍이셨다.
우리 딸램은 그 엄마로 눈물까지 흘리는 것에 갸우뚱.
아직 어리구나..

이번 뮤지컬 영웅은 15주년 기념이라고 한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우리가 간 날은 서울공연이 끝나갈 무렵이라
MD도 얼마남지 않았다.
내 기념품엔 15주년 기념이란 부분이 없네..

우리가 간 7월 마지막 날은
아이들의 방학 기간.
학생 관객이 엄청 많았다.
우리가 앉은 3층은 특히나
아이들의 재잘거림으로 들썩들썩.
내가 학생 땐 저 뒷자리는 학생석이란 이름으로
일이만원이었는데..
지금은 반값 세일해도 삼만원.
그땐 세종문화회관이랑
소극장 몇개 밖에 없었지.
대학로란 이름도 없었지.
라뗀 그랬지 ㅎ

아이들이 이런 극을 보고
마음이 각양각색으로 예쁘게 수놓아지기를~

8.15 광복절에 보면
완전 감동의 도가니일 듯.
일어나서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고픈 마음이 들 것이다.
태극기 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