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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유진과 유진, 네 잘못이 아니야 웃어도 돼!

Winnie the Witch 2024. 7. 21. 23:55

뮤지컬 유진과 유진
유치원에서 성폭력을 당한 아이들과
그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다.
이 민감한 이야기를 무대에서
어떻게 풀어나갈지
너무나 궁금했다.
하지만 배우들도 어렵겠다 싶어
9월까지 공연이라기에
조금 시간이 지난 후 봐도 되겠다 하고
기다리고 있던 차에
200회 공연 기념
1+1 할인이 뜬다.
오 그럼 얼른 봐야지
안그래도 무대와 풀어나가는 방식이
너무 궁금한데..

하지만 1+1이라함은 짝꿍이 필요하다는 얘기.
얼른 우리 상담쌤들에게 노크를 한다.
사실 혼자 가기 싫어
노크 여러 차례 했었는데
놀랍게도 이번 극은
금방 OK 싸인이 온다.
그래서 당장 예매해서 대학로로~

이 극은 알고보니
원작이 있었다.
그리고 작가님이 안데르센상
2024 후보에 올랐다고?

아동 성폭력의 상처가 있는 이들을
'유진'이라고 한다.
극 중 한 유진이는
네 잘못이 아니라고 하는 엄마로 인해
당당하고 밝게 자란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그렇게 그냥 두지 않는다.
중2 때 사귄 남자친구의 엄마가
유치원 원장의 잘못을 안다.
심지어 나서서 이 일을 해결해주기도 했다.
그러나 자기 아들과 연관되자
유진이를 그런 아이로,
흠 있는 아이로 몰아가며
헤어지게 한다.
자기 잘못이 아닌 줄 알고 있는데
유진이는 혼란스럽다.

또 한 유진이는
엄마가 벅벅 씻기며 잊으라 한다.
이사도 하고,
정말 까맣게 잊어버리고 만다.
하지만 엄마는 유진이를 똑바로 보지 못한다.
유진이는 자신이
사랑받지 못하는 아이라 여기며 자라난다.
사랑받지 못하는 아이는
사랑받기 위해
말도 잘 듣고
공부도 열심히 한다.
하지만 소용없다.

유진과 유진이 나이 먹은 후
아마도 중년 정도.
둘이는 중2 때를 떠올리며
역할극을 펼친다.
차근차근 그 당시의 일들과 느낌을
당시의 유진 자신으로서,
또 친구 유진의 엄마로서,
서로서로 역할을 번갈아 맡아가며
상황을 펼치고 정리한다.
마지막엔 스스로 내 엄마가 되어본다.
역할교대가 이루어지면
그 역할의 마음을 헤아리게 된다.
한 유진은 이렇게 엄마를 이해해버리고 싶지 않을만큼
자신의 상처가 큼을 이야기한다.
괜찮다.
그래도 된다.
그만큼 아팠다는 거다.
하지만 유진과 유진은
담담히 자신들의 감정을 맞닥뜨리며
그 어린시절의 상처를 꺼내어
어루만지고
치유해 나간다.
용기있게.

사건은 유치원 원장으로부터 시작되었지만
삶을 사는 순간순간에,
혹은 내 곁의 친밀한 사람에게서
상처가 쌓이고
전혀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휩쓸려가버리기도 한다.
다시 나 자신의 삶으로,
마주볼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사랑하는 관계로,
되돌아오기 위해
이들은 용감하게
교복을 갖춰입고
길을 잃고 아파서 무너졌던 그 불안한 상황으로
다시 돌아가
네 잘못이 아니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또 같이 상처입은 엄마를 안아 포용한다.

성폭력 피해자는 잘못이 없다.
어떤 작은 잘못도 없다.
하지만 세상은 자꾸 꼬투리를 잡는다.
순간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게 만든다.
또한 엄마도 상처입는다.
엄마의 상처는
내가 사랑하고 보호하고 싶은
내 딸에게 오히려 또 상처를 주어
더 가슴 아프게 한다.

나는 이 극을 보며
시작은 아동성폭력이라는 사건으로 만들어졌지만
엄마와 딸 사이의 오해, 숨겨놓은 아픔,
말할 용기가 없는 진실 등으로
엉켜버린 관계의 실타래를
풀어가는 과정을
눈앞에서 볼 수 있겠구나 싶었다.

오늘의 유진이들은
최태이, 이한별 배우
어떤 유진이가 나오든지
엄마와 딸이 함께 가서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요즘 나는 조금이라도 싼 좌석을 선택하여
볼 수 있는 극의 가지수를 늘리는데
링크아트센터드림 드림4관 E열은
아주 괜찮았음.
소극장이라 잘 보임.
다리가 편함.
앞사람들 머리랑 배우 다리 정도 겹치기도 하는데
괜찮음.
내 바로 앞열이 비어있긴 했음.
사실 만원 차이인데
세일 받으니 5천원 차이 됨.
이거라도 모아야지^^;

원래 하는 커튼콜 인사는 사진 못찍고
그후 불 켰다가 다시 암전되며
스페셜 커튼콜 노래하는 거
찍을 수 있음.
이번 노래는 탈출.
혼란스럽고 상처받은 유진이들의 일탈.
둘이 바닷가 여행 가버림.
착해서 이것도 일탈이라고 ㅎ

그리고!
우리가 당장 가자 하고 간 날이 바로 장날.
바로 전날 에어컨 고장으로
관객과 배우들 모두 고생했겠는데
여전히 에어컨 이상이 있었다.
열심히 달려간 우리도
이 가련한 관객이 됨 ㅠ
어쩐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들어간 극장 로비가
무지하게 덥더라니.
에어컨 좀 돌아가나 싶다 꺼지고
돌다 꺼지고 해서
극 초반에 부채질 열심히 하며
이게 뭔 일인가 했는데
다행히 좀 지나니
찬바람이 퍼져나갔다.
관객들은 가만히라도 있지.
(에어컨 없던 시절
우리 엄마가 가만히 있으면 안덥다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말을 했었는데..)
배우들은 저 교복도 동복 입고
저걸 어째 했는데
정말 살 것 같았다.
살려도 주시고
초대교환권이라는 보상도 주심.
근데 그 바람에
늦게 가서 끝나고 사야지 했던
MD 사는 거 잊어버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