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일테노레, 블루스퀘어신한카드홀

캐나다에서 방문한 동생과 시간을 보내려고
5월 일정을 최소한으로 줄였다.
그런 중에 요 며칠은 동생이 친구와 보내는 시간.
한가로이 뒹굴다
둘째딸램이 홍광호 출연으로 보고싶다고 했던
뮤지컬 일테노레가
바로 오늘 저녁 홍광호 주연으로 공연함을 발견.


평일 저녁이라 자리도 있다.
물론 이렇게 계획하지 않고 갑자기 보는 자리는
그냥 음악과 전체 무대를 볼 수 있는 싼 자리^^



3층 1열
블루스퀘어는 3층 음향이 그중 낫다고 하던데
예전에 가성비석으로 간 3층 뒷자리는
음향이 별로였어서
1열로 선택.
극을 좀 보다보니
음향은 극장 탓도 있지만
엔지니어나 제작 진행 탓도 있는 듯.
극마다 다름을 알았음.
암튼 우리는 1열을 선택했는데
가성비석이 아니라 자리가 많이 남아있었음.
3층이지만 싸다고 할 수는 없는 자리.
KT20% 할인 이용.
윗층 1열들은 앞에 난간이 있는데
이곳은 난간의 방해를 전혀받지 않아
다리도 편하고 앞도 안가리고 좋았음.

사실 일테노레는
우리 창작극이라 뿌듯함을 가지게 되는 극이지만
일제시대 배경이라
볼 생각이 없었음.
일제시대, 전쟁, 나치 유태인 이런 아픈 역사들은
한번 아는 것으로 족하다.
결말을 아는 정해져 있는 역사 이야기로
반전의 희망조차 가질 수 없어
여간 무기력감에 작아지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일테노레는 조금 느낌이 달랐다.
독립운동을 주축으로 진행해 나가지만
여기에 노래를 좋아하고
오페라를 무대에 올리려고 애쓰며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젊은 청춘들의 풋풋함이
회색빛 일제시대 이야기를
환하게 밝혀준다.

그래서 독립운동을 하다 목숨을 잃어도
무력하고 약한 존재의 억울함으로가 아니라
희망을 가지고
가슴에 뜨거운 피를 가지고
자신의 신념을 향해 꿋꿋하게 나아가
모든 동지들의 마음에 여전히 살아남아있는
크고 강한 존재감으로 기억된다.

홍광호 배우는
티켓팅 자체가 어렵기도 하지만
보나마나 너무 잘 노래할 사람이라
굳이 찾아보게 되지 않았었는데
왜 홍광호 홍광호 하는지 알겠더라.
테너를 연기해야하는데
성악 전공하셨나 했음.
찾아보니 연기 전공.
소리가 약하게 강하게
잔잔하게 휘몰아치게
가볍게 깊게
자유자재.
연기도 귀엽게?
표정과 소리 변화가 많아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부분들을
집중해서 보게 만듬.

3층에서 오글로 봐도
어려움이 없는 극.
하지만 너무 위에서 내려다봐 정수리 샷임.
소외감은 없었음.


어떤 상황에서도
꿈 꾸는 자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꿈으로
세상은 이어져 나간다.


블루스퀘어는
뭐 먹을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몰라서 그런 거였음.
이태원 안가도
몇걸음 더 걸으면
아기자기 예쁜 골목이 나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