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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프랑켄슈타인,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Winnie the Witch 2024. 6. 8. 01:41

신과 싸우며 신의 자리를 넘보던 자의 최후..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우리 창작 뮤지컬이고,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 개척 가능성까지
열어준 자랑스런 작품이라고 한다.
이번은 10주년 기념 공연이고
오연이라고 하는데
난 첨 보니까
그냥 다 새로움.

탄탄한 서사와 줄거리가 있는
K-드라마 느낌의 내용.
당연한 말이지만
배우들은 노래와 함께 연기도 잘해야겠다.

벤허에서 가수에서 뮤지컬 배우로
내 머리속 이미지를 바꾼 규현 배우를
또 만났다.
그런데 내 머리속에는 아직
고운 부잣집 도련님이 고난과 역경을 통해
강하게 내면을 다지고
신념을 찾아가던
모범생 이미지가 남아있어서
또라이 프랑켄슈타인이 좀 덜 와닿는다.
그래도 똑똑하고 고운 도련님의 상처가
사고와 신념에 어떻게 영향을 주어
인생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지는
잘 보여짐.
고운 사람이 일탈하면 더 끔찍할 수 있음.
자크는 너무 예쁘장하고 귀여워서
밉지만은 않아야 하는 역할을 잘 해내는듯.
그리고 나긋나긋 춤을 잘 추니
열심히 춤추는 앙리 배우가
뻣뻣해 보임 ㅎㅎ

프랑켄슈타인의 엄마의 죽음은
아이에게 큰 충격으로 남아
세상을 비관적으로 보고
사람과의 관계에서 불신으로 물러나
생명조차 도구로 느끼게 했나보다.
죽음을 만났을 때
우리에겐 애도의 시간이 매우 중요하다.
빅터는 엄마의 죽음 후에도
친구 앙리의 죽음 후에도
애도의 시간을 가질 수가 없었다.

앙리와 괴물역의 고은성 배우와
누나 엘렌역의 장은아 배우는
오늘 첫공이었다.
고은성 배우는 무대인사도 함.
고은성으로서
소년 빅터를 물에 빠뜨리는 장면이
너무 마음 아프다고.
하지만 앙리로서도
처참한 고통을 견뎌야했던 괴물로서도
슬픔이 있었을 것 같다.
앙리와 괴물은 모두
따뜻한 사람의 손길에
마음을 주어버리니까
상처를 가지고 복수한다고 해도
그것이 시원하진 않을 거다.

관계를 원하지만 홀로였고
전쟁터에서 인간이 도구로 홀대받는 것을 보며
좌절해야했던 앙리 뒤프레가
친구 하나 얻어서
친구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엄청난 사랑을 실천했는데,
앙리의 뇌로 만들어진 괴물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차리기도 전에
밀쳐짐을 당한다.
따뜻함이 아니라 냉랭함이
그를 뒤덮는다.

내것을 다 버리고 죽는다해도 행복하다면서
친구의 꿈 속에 함께 살기를 원했는데
따뜻하게 안아주어야할 친구는
또 그 친구 나름대로 상처가 깊어
사람을 신뢰하지 못하고
자신의 욕심과 야망으로 눈이 멀었으니
그 꿈 속에 함께 살 수가 없다.

장은아 배우는 엘렌과 격투장 여주인 에바를
개성있는 목소리와 발성으로 맛깔나게 연기.
빅터를 사랑하고 감싸주면서도
빅터를 잘 알고 있는 누나 같다.
어린시절 트라우마와 상처도 알고
자신의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된 마음도 아는 듯.

이렇게 이해하고 따뜻하게 감싸주는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관계들은
모두 괴물이 제거한다.
상처와 불행으로 홀로됨을 똑같이 느끼라는 복수.

함께 꿈 꾸고
서로 위로가 되어주던 두 청년의 노래는
오로라처럼 아름다웠는데

사실 나와 타인의 행복을 고려하지 않는
잘못된 방향을 가진 꿈은
모두를 망친다.
인간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만들어진 피조물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정리도 없이
그저 창조주의 소유, 도구로 인식한다.
함부로 만들고
함부로 죽인다.
그의 안위와 마음은 관심이 없다.
심장이 뛰고
마음을 느끼는데..
그러니까 욕심쟁이 인간은
인간을 창조하면 안된다.
자기 자신조차 다 이해 못하면서
남을 이해하는 것이 심히 어려우면서
어찌 창조주의 위치에 있겠다는 건가.
자격이 없다.

첫공이라 떨렸다고 했지만
멋지게 잘 연기해준 앙리/괴물.
노래마다 눈물, 콧물 범벅이라
더 마음이 짠하다.
그래서 프랑켄슈타인이 더 미친 또라이로
표현되어야 할 것 같다.
북극에서 겨우 앙리의 마음을 알아차려
다행이긴 하다.

앙리에게 북극은 따뜻한 관계의 장소다.
따뜻하게 다가와 관계를 맺어준
까뜨린느와 함께 가기로 한
희망의 자리.
독이 든 물을 받아들고도
까뜨린느에게 배운 손흔들기 인사를 하는 괴물ㅠ
인사는 관계의 시작이고
너와 나가 연결되었다는 표시다.
정을 주면 깊게 주고 거두기는 잘 못하여
하나하나 의미도 많이 둔다.
팔다리가 다 꺾여서도
그 의미를 놓치못하고
까뜨린느를 바라보는 괴물의 눈.

이 북극으로 친구 빅터를 부른다.
깊은 정을 주어
목숨까지 주어버린 그 친구를.
그리고 둘의 마지막.
다시 또 괴물을 창조하는 오류를 범하지 못하도록
기계를 부쉈고
목숨을 걸고 빅터를 북극에 가둔다.
빅터도 앙리라고
의미있는 이름을 부른다.
창조주로서 되살려낸 피조물 앙리가 아닌
친구 앙리.

규현 배우가 마지막 인사에서
북극에서 기다린다고 하는 걸 보니
빅터는 죽지는 않았나봄 아직ㅎ

오늘 내 자리는 11열.
단차가 좋아서 가림은 없는데
세밀한 표정은 오글로 봄.
궁핍하여 좀 싼 뒷자리도 괜찮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