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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킬롤로지, 더이상 외면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

Winnie the Witch 2024. 11. 10. 23:40

연극 킬롤로지는 세 사람의 등장인물이
관객을 향해 이야기하는 방백 형식이다.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야한다.
집중해서 잘 들을 수 있을까 염려도 되었지만
막상 자리하니 이야기에 빠져든다.
하지만 한번 봐선 모르겠다.
첫 관람 때 매우 피곤하여
졸음을 무찌르며 듣긴 했지만
이와는 별개로 잘 이해하려면
한번 더 봐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다른 배우들로 두번을
이야기 들으러 갔다.

첫번째는 최영준, 임주환, 안동구 배우.
어라?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다 TV에서 본 배우들이라 친근^^
맨 앞이었는데
무대와 높이가 같은 곳이어서
무대에 내가 있음.
그래서 감기려는 눈을
더욱 부릅뜨고 있었음.
첫 관극에서는 아 이런 일이 있었구나,
폭력적인 게임을 만들어
그 돈으로 자신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 있고,
그 게임과 같은 방식의 고통 속에서 죽어간 소년이 있고,
이를 비통해 하며 복수하려는 아버지가 있다 정도..
모두 애정이 갈급한 사람들이라는 것도..

그래서 두번째 관극을 해야만 했다.
어렴풋이 알아서
제대로 알아보려고.
두번 봤다고 시원하게 알겠는 건 아니지만.
이번엔 이상홍, 김경남, 안지환 배우.
두번째라 그런가
훨씬 더 귀에 쏙쏙 들어오고
뭘 말하고 싶은지
서로서로 연결이 된다.
첫번째보다 더 유연하게
애드립도 있는 것 같고 ㅋ
이번엔 맨뒷자리였지만
문제가 되진 않았다.

더이상 외면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라는 소개와 함께
극이 시작된다.
그것은 폭력이겠지.
폴과 데이비 모두
사랑이 가득한 가정에서 자라진 못했다.
자신을 지키려,
혹은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 나름대로 추스르려,
혹은 속에 쌓이고 있는 답답함을 발산하려
아이들은 공격성을 나타내고
그 공격성에 익숙해지며
폭력을 합리화한다.

하지만 누구도
폭력 안에서 행복하지 않다.
다만 인정받고 사랑받고 행복하고 싶어
내지르는 비명이다.
그러나 폭력으로 해결하면
결국 나의 세상도 폭력적이 된다.
진짜 원하는 건 그게 아니었는데..

데이비의 아버지 알란은
아마도 아들을 많이 사랑해주시 못했음에
죄책감을 느끼는 것 같다.
아들의 죽음 앞에서
도무지 그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는 듯하다.
사람을 해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알란은
결국 실패하고 도리어 당하는데
정신을 온전히 잡고 있기 어려웠던 듯하다.
환각인 것 같지만
알란에게는 깨고 싶지 않은 이상이었을 듯.
아들과 함께 하는 시간.
아들이 여러 모습으로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는 시간.
웃고 있는 아들, 삶을 살아내고 있는 아들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

데이비가 그렇게 일찍 죽지 않았다면
살았을 수 있는 가능성의 시간들은
참 마음이 아프다.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세상에서 살았다면
이 소년은 그런 끔찍한 죽음이 아니라
자신과 타인을 위해
서로 연결되어
한몫을 하는 어른으로 성장했을 것이다.
한때 잘못된 길을 선택하더라도
우리는 삶의 어느 순간에 어떤 계기로
그 길에서 돌아서
참 행복을 추구하는 길로 돌아설지 모른다.
누구에게나 열린 가능성이다.

폭력게임을 만들고
그 돈으로 죽이고 싶도록 미운 아버지를 보살피는 폴.
끝내 폴을 안아주지 못하는 폴의 아버지.
폴이 입양한 아들은 폴이 가족으로 연결되어
서로 아끼는 관계를 맺기를
얼마나 원했을까를 생각하게 한다.
자신의 아들이 험한 일을 당할까 염려하고 걱정하며
폴은 알란의 마음을 알게 되었을까?
자신의 세계가 이미
폭력이 기본 전제가 되는 세계라는 것을 알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사실 진짜 원하는 건 그런 게 아니었을텐데.
돈으로는 살 수가 없다.

마지막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데이비의 꿈을 꾸는 듯한 눈과
알란의 행복한 미소,
폴의 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