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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테베랜드, 충무아트센터 중극장블랙

Winnie the Witch 2023. 8. 26. 23:45

존속살해로 무기징역을 살게 된 청소년?과
그걸 극으로 만들고 싶은 극작가 이야기
연극 테베랜드
어젯밤 갑자기
이걸 어떻게 풀어나갈지 급궁금해져
예매를 하기로 했다.
상담에 도움이 될 관점도 얻고.
6월 시작하고
9/24이면 끝나는구나
8월은 거의 자리가 없어
9월에서 찾아 한자리 맡아놓고
다시 8월을 보니
취소표인가 좋은 자리가 생겼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무통장입금도 안되고
바로 결제, 취소,환불, 변경 불가
나 혼자 보는 거라
누구랑 의논하고 고민할 필요 없어
예매해버림
어이쿠 당장 자고 일어나면 떠나야하니
짐을 챙기자
주섬주섬 오글 챙겼으나
중극장블랙은 7열까지 있는 작은 극장
물론 소극장보다는 크다.
게다가 난 중블 4열이라
오글 필요없었다.

원형극장(반원형)이라 무대를 두루두루 쓴다고
어디에 앉건 별로 상관없다 했는데,
실제로 보니 다른 관객도 다 보이고
무대가 관객에 폭 둘러싸인 느낌
마당놀이 형태?
단차는 커서 앞사람 방해는 없고
관객이 꽉찬 느낌으로 무대를 감싼다.
연극이 시작되면
깜깜하기도 하고 집중하느라
다른 관객은 안보임
무대 중앙에 큰 철창을 두고
두사람이 진행하는 2인극
마르틴은 1인2역
암튼 내가 앉은 자리의 특징일지
잘 보이고 극흐름에 방해받지 않았다.
뒷모습이라 안보이는 표정은
감옥의 마르틴 감시카메라용 모니터가
다 보여줌.

코로나로 타지역 출장일거리가 없어져
정말 오랜만에 대중교통 이용
양평역 주차부터 전철 시간 찾아 맞춰오기가
왜이리 낯설고 어색한지
이제 노인들의 느낌을 느끼나보다.
그래도 배우고 맞춰가는 노인이 돼야지!

충무아트센터는 신당역 9번출구로 나와
정말 몇걸음만 옮기면
짠 나타난다.
서울 지하철의 수많은 계단과
이정표 없인 못빠져 나오는
드넓은 미로를 통과하면
오늘의 걸음수도 채울 수 있다.
하지만 오랜만에 움직이니 급피곤
중극장블랙은 지하2층
멤피스는 9월 예매해두었으니
담달에 만나~

나는 TV 드라마에서 얼굴을 익히고
연기력도 있다고 생각되었던
이주승 배우의 극을 선택했더랬다.
사실 낮공연은 선호하지 않는데,
내가 야행성이라 그렇다.
그래서 낮공연 땐 배우들도
힘이 덜 나는 것처럼 여겨진다 ㅎ

무대 위 철창은
교도소 농구 운동 장소
문이 닫히면 아버지를 포크로 찔러죽인
존속살해범 마르틴,
문이 열리면 마르틴의 이야기를 연기할
배우 페데리코.
늘상은 아니지만
이렇게 구분을 하는 무대 장치인듯
하지만 참 헷갈렸다.
헷갈림도 이 연극이 추구하는 방향일지도
그저 사람을 그리워하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를 인정해주는 이에게
정을 주고
관계를 맺어가길 원하는
똑같은 사람이라서.

처음 마르틴을 만난 후
극작가 S의 메모
결국 각자의 길을 가는 장면으로
끝이 나지만
우리는 삶의 과정에서
상대에게 영향을 끼치고 영향을 받고
그렇게 길을 만들어간다.

테베랜드는 심오하다.
철학적 사고의 요소가 많아
어렵기도 하다.
몇번 더 봐야 알아듣고 이해할
대사도 있다.

존속살해범이란 게 과연 진짜인가?
존속살해의 죄책감으로 비극을 맞이한
오이디푸스는
그가 아버지인 줄 몰랐다.
몰랐는데 존속살해가 성립하는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폭군 아버지를 죽였다.
이 글을 쓴 도스토예프스키는
아버지 죽음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고 살았다고 한다.
정말 '아버지'를 일부러 죽였을까?

누군가 나를 공격할 때
그 사람이 내 아버지인가를
먼저 살펴야 하는가
나를 괴롭히고 학대하고
죽을 듯 달려들 때
나를 방어하는 것은
정당방위 아닌가?

연극 테베랜드는
어린 청소년,
호기심도 많고
말도 툭툭 던지고
감정도 요동치고
마음이 여리기도 한
그런 아이 마르틴을 통해
누가 죄인인가를 묻는 것 같다.
마르틴은 사실을 알게 된 오이디푸스가
참 무서웠겠다고 한다.
존속살해범으로 벌을 주기 전에
아이의 정서를 알아봐 주면 좋겠다.

살해라는 범죄까지 가지 않아도
부모에게 예의없다,
화낸다,
무시한다 등으로
자녀를 죄인 취급하는 경우가 있다.
부모인 나는 어떤가?
자녀가 부모를 신뢰하고
충분한 인정과 지지의 말과 행동으로
나를 괜찮은 사람으로 여기고
나의 길로 도전해볼 수 있도록
성장시키는 부모인가?
자녀를 한 인격체로 존중하지 않고
쓸모없다, 못났다 핀잔하고
내뜻대로 되지 않음에 화풀이하며
자녀를 모욕하고 있지는 않은가?

마르틴은 그가 지은 죄 부분을 제외하면
페데리코와 똑같이 느끼고 말하고 원하는,
어른으로서 앞으로의 성장을 기대해야할
젊은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