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햄릿, 우리 셰익스피어
조승우의 연극 햄릿은
자리가 없었다.
그러다 시야제한석을 하나 잡았는데
3층 맨앞열.
조승우의 햄릿이 궁금하여
얼마전 다른 햄릿을 봤는데도
또 가기로 함.

셰익스피어는 매우 졸리지만
그래서 일년에 두번이나 볼 건 아니지만
조승우는 햄릿을 어떻게 연기할지
그리고 왜 늘 남은 자리가 0인지 확인차
직접 봐야겠다 ㅎ

포토존의 계단이 실제 무대다.
조승우 뿐 아니라
드라마에서 연기 잘 하는 배우들은 다 모인 듯.
그래서 재밌나?
졸리지 않다.
일단 셰익스피어식의 언어이면서도
자연스럽다.
멋지고 심오하게 운율을 맞추고 꾸며주는 말이지만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라고 하진 않아서
자연스럽게 들리나 보다.
또한 조승우의 연기에는 강약이 있다.
밋밋하게 흘러가는 예쁜 영어 언어로
사람을 감동시키는 건
우리 정서와 참 안맞아 늘 졸았는데
표정도 변화가 있고
말도 우리말로 흐름을 갖고 있어
귀기울여 보고 듣게 된다.
그리고 다른 배우분들도
자기 역할을 K드라마 연기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그리고 너무나 재밌게 잘 해주심.
코믹하게 웃을 수 있는 요소들도 있어
마냥 심각하게 젠틀맨으로 앉아있지 않아도 되었음 ㅋ

단! 시야제한석이 왜 시야제한석인지
아주 잘 느끼고 옴.
3층 1열은 일단 무서움.
난간과 너무 가까움.
난 인터미션 때 화장실도 못가고 얼었음.
의자 잡고 기어가야하는데ㅠㅠ
그리고 이 난간이 딱 무대를 가로지름.
무대 앞부분으로 배우가 나오면
배우를 딱 가림.
그래도 의자 등받이가 높아서
목을 자라처럼 집어넣거나
살짝 기울여
난간 아래로 보기도 함.
참 열심히 봤다, 셰익스피어를 ㅋ
그렇지만 시야제한석 팔면서
이만원 해주니까
군말 말고 보라고 해서
그냥 열심히 현재 환경에 나를 맞춤.
그리고 사실 이만원에 보기엔
너무 죄송한 극이었음.

졸린 걸 또 봐야하나 고민도 했었지만
참 잘 봤음.
185분을.


내비가 뒷길로 안내해줘서
등산하여 도착했던
토월극장.
아 관극하러 갈때는
술을 마시지 맙시다.
웃을 때 술냄새 나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