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그/알아차림

영화 어바웃타임

Winnie the Witch 2021. 12. 11. 12:17

오래전 영화관에서 보고 다시 보게 된 영화.
기억에 남아있는 건 '소중한 것'이었다. 시간여행이란 것이 실수나 불행흘 되돌릴 수 있을듯한 매력을 가지고 혹하게 하지만, 정말 소중하다면 다시 되돌리고 싶지 않음이다.
시간이 지나도 머리속에 남아있는 장면이 있었는데 시간을 되돌리니 내 아이가 바뀌어있는 끔찍한 장면이다. 자신의 능력으로 사랑하는 동생이 육체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상처입지 않도록 배려해주고픈 오빠의 마음이 이해가 되면서도, 또 내 아이가 바뀌지 않도록 동생의 아픔을 그저 지켜만보는 것을 선택할 수 밖에 없음도 이해가 된다. 아무리 더 뛰어난 유전자를 가진 아이로 바뀌어도 그 아이는 내 아이가 아니다. 유전자가 아니라 그녀석과 보낸 시간과 마음씀이 우리를 부모자녀 관계로 만드는 거다. 가끔 이 사실을 잊고 중요성을 간과하는 가정이 드러나고 있어 맘이 아프다. 그래서 혈연만 고집하는 것도 정말 중요한 관계맺음이 뭔지 모르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나에게 시간을 되돌릴래? 라고 선택권을 준다면 '절대 아님'이다. 지금 힘들다고 되돌아가더라도 역경은 있다. 힘든 순간을 포함한 삶의 과정을 헤쳐나오며 '나'라는 사람이 만들어졌기에 순간순간이 없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과거로 돌아가 수정을 반복해도 그 인생이 잘된 인생은 아니다. 나는 내가 애쓴 내 시간의 역사를 통해 완성되고 귀해진다.

그렇지만 부러운 점이 있다. 그리운 사람, 애틋한 순간으로 돌아가 만나고 머물러볼 수 있음이. 하지만 이 또한 되돌아갈 수 없기에 그토록 절절히 마음에 사무치는 거다.

영화 속 아버지도 아들도 시간 되돌리기를 여러번 해보며 정말 소중한 것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이 능력으로 뭘 알아야하는지 현명하게 알아차린 것 같다. 일상의 순간순간의 소중함, 평범한 삶이 가장 행복하다는 것, 하루하루를 살며 그 속에 숨은 보물을 찾아내면 그 하루는 아름답기 그지없다는 것, 나의 행복은 내 옆의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는 하루하루를 즐기는 것이라는 것. 일상 속 보물은 타인의 미소와 행복한 얼굴이다. 이것이 나에게 행복을 주는 공식이다.

- 왜 과거로만 가고 미래는 못갈까?
미래는 내가 만들어갈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무한하기 때문이 아닐까. 이미 경험한 때, 내가 알고 있는 시간과 장소로만 갈 수 있다는 점이 시간여행이 최선은 아니라는 점을 말해주는 것 같다. 거기에다가 오묘한 자연의 섭리는 거스를 수가 없다. 정자와 난자의 만남은 조작할 수 없는 변수에 속한다. 과거에 다녀올 때 잘못 건드리면 현재가 바뀐다.

- 왜 남자만 가고 여자는 제외냐
집안 내력이 아들에게로 옮겨지는 구태의연한 방식 ㅋ
아픈건 엄마가 옮김. 특히 정신병력.

-시간여행 당하는 사람의 입장
자기 맘에 안든다고 타인의 삶을 번복하게 하는데 내가 시간여행으로 자꾸 과거로 되돌려져 나도 모르는 사이 여러번 내 삶이 바뀌어지고 있었다면 엄청 불쾌할듯.
내 삶은 내가 선택하고 싶고 그 책임 또한 내 몫이니까.

- 과거로 돌아감과 자꾸 깜빡깜빡 하는 옷 잘입는 삼촌이 연결되면서 치매증상이 과거로 타임슬립하는 것과 같을 수도 있겠다 싶다.


오늘 마지막 자주스쿨 영화스터디에서는
그동안의 온라인만남이 아닌 대면만남으로
어바웃타임을 나눌 계획이었다.
만날 공간도 예약되어 있고
배달음식과 간단한 간식을 살 장보기도 준비되었다.
나는 기차표도 미리 예매해 두었다. 주말이니까.

하지만 위드코로나로 즐겁게 준비한 만남은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아
어젯밤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우린 사적모임이 아니지만
강사로, 직장인으로 일하면서 모험을 하기엔
너무 큰 민폐를 끼치게 된다.
전염이라는 것이 나 하나로, 내 주변 소수로
그치는 피해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스스로 개인방역에 힘쓰고
바이러스 전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 후
좀더 안전한 시기에 만남을 가진다면
훨씬 더 반갑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