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그/머무르기

핵심감정을 만날 때 덜컥 겁이 난다면

Winnie the Witch 2022. 10. 25. 10:49

상담을 하다보면
어느 사이 나의 핵심감정에 다다르게 된다.
핵심감정은 나의 행복을 위해
꼭 만나고 다뤄야하는 부분임에도
많은 경우 꽁꽁 싸매고 숨겨둔 비밀이기도 하다.
이 비밀감정은 평생 내 삶의 경험을 통해
없애는 게 낫다, 모른 채 하는 게 낫다고
학습되어졌다.
처음 순간엔 꽤 효과적이기도 했었을 터이다.
하지만 더이상 모른채 하는 것이
효과가 없어졌다.  
분명한 내 감정,
게다가 나의 가장 중요한 마음을
머금고 있는 감정이기에
자꾸 나 여기 있다고 티를 낸다.
감정은 없어지지 않는다.
숨겨지지 않는다.

상담이 진행되며
필연적으로 이 핵심감정을 만나게 되는데
우리는 이때 덜컥 겁을 먹는다.
비밀인데 어쩌지?
나오면 큰일날텐데 어쩌지?
지금까지 숨기는 게 최선이었는데 어쩌지?
남들이 나를 이상하게 보면 어쩌지?
상담은 우리가 고이고이 싸서
흙탕물 만들어 물 흐리지 않게 조심조심
흔들리지 않게 애를 써서 지켜내고 있는
가장 밑바닥 감정이 위로 올라오게 한다.
이를 지켜내느라 긴장하고 불안했던 나를
돌아보는 순간순간에
상담사가 곁에서 함께 비바람을 맞아주는 것이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감정을 만나고
또 그 감정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떠나보내는 작업

핵심으로 들어갈 때
덜컥 겁이 나고
혼란스러워도
그간 신뢰할 수 있었던 상담사와 함께라면
잘 헤쳐나갈 수 있다.
믿음과 용기가 필요한 순간이다.
이때가 내가 건강한 나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치료의 시작이다.

내 감정은 내 몸을 통해 말한다.
내 몸의 반응은 어떤가?
무엇이 느껴진다면
상담이 잘 진행되고 있으며
내가 잘 해내고 있다는 표시이다.

다 죽은 줄 알았던 화분에서
언제 심겨진지 모를 국화 싹이 올라오더니
드디어 꽃까지 피워냈다.
용기내어 생명력을 지켜고 있던 국화 자신의 힘과
이를 도와준 비와 햇살, 바람 등
자연의 손길이 이루어낸 결과일 것이다.
우리 안에는 나를 소중히 행복으로 인도할
생명의 씨앗이 존재한다.
그것을 신뢰로운 상담 전문가와 함께
물 주고 양분도 주고
다듬고 아껴주기도 하며
싹 틔우고 꽃 피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