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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름달의 위압감, 공황장애 알기
    지그/마음소리 2020. 11. 13. 16:08

    요즘 공황장애 증상을 느낀다는 말을
    더러 듣게 된다.
    예전보다 더 많이

    아마도 이전에는 몰라서 이름 붙일 수 없었는데
    이제는 신경정신과의 병명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어
    방송이나 주변 인물들을 통해
    들을 수 있는 말이 되었겠지

    공황장애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매우 불안해하고 두려워한다.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순간이
    언제 어떻게 다가오는지도 미지수라

    지난번 게슈탈트상담심리학회 학술대회 주제가
    공황장애였다.
    지아니 프란체세티 박사의 강의를 듣고
    내담자들의 상담을 지켜보며
    나도 떠오른 기억이 있다.

    어릴 적 강원도 동해 골짜기 산골에 살았던 나는
    친구들과 밖에서 뛰어놀다
    엄마가 밥 먹으라고 부르면
    그제서야 아쉽게 헤어지는
    귀한 추억을 가지고 있는
    올드한 세대다*^^*

    우리는 맑고 청량한 공기 속에서
    어둑어둑 밤이 올때까지 놀기도 했고
    보름달 아래서
    강강술래를 하며 웃어대기도 했다.

    그런데 나는 밤하늘을 쳐다보는 것이
    너무나 무서웠다.
    특히 둥그런 보름달은
    차마 볼 수 없는
    내리누르는 위압적인 존재였다.

    왜 그럴까?
    왜 나만 무서워 하지?
    하는 생각은 있었지만
    아무도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사실 어른 중 누구도
    심각하게 여기며
    알아보려고 하지 않았다. 그 시절엔.

    나는 넓고 넓은 새까만 공간
    그 가운데 휘영청 밝은 보름달만
    못봤던 게 아니라
    어린이의 꿈을 위해
    우주공간을 꾸며 전시해 놓은 장소도
    다리가 후들거려 통과하기 어려웠다.

    아빠의 손을 잡고 기대어
    혹은 업혀서 가야한다.
    아예 안들어가는 것이 상책이고

    개개의 달과 별, 행성들은 예쁜데
    우주공간으로 만들어놓으면
    무시무시

    그와 마찬가지로
    에버랜드에서 배를 타고
    세계 각국의 인형들의 인사를 받으며
    유람하는 코스 중
    우주 공간 코스에서는
    눈 감고 고개 숙여
    뛰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며
    지나가야 했다.

    지금은 어떨까?
    에버랜드나 우주공간 전시는
    더이상 가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하지만 시골이라 더 새까만 밤하늘의
    예쁜 별과 달을 감상하는 기쁨을 안다.
    두려움과 다른 종류로 가슴이 뛴다.
    설렌다.

    그래서 잊고 살았나보다.
    어느 순간 없어졌을까?

    학술대회에서 공황장애 증상의 두려움은
    그것으로 다가 아니라고 했다.
    홀로 방치되어 있다는
    허전함과 외로움
    어찌할 수 없는 무기력감
    두려움 밑에는 이런 감정들이 있고
    이것이 다루어져야 치유가 가능하다.

    나는 독립적인 아이였다.
    엄마가 몸이 약해 기댈 수 없는 사람이었고
    혼자서도 잘 하는 아이라는 소리도 많이 들어
    점점 더 그리 되었다.

    물론 지금은
    심리학을 공부하고
    아직도 상담을 연구 중에 있으면서
    곁에 있는 사람의 중요성과 따뜻함
    나 혼자가 아니라
    도움을 요청해도 '괜찮다'는 것을
    알고 느끼게 되었고
    서로 위로가 되는 관계를
    실행 중이다.

    엄마가 동생을 낳을때 피범벅이 된 마루에서
    엄마양말을 신은 할머니를 쫓아다니며
    엄마거라고 엄마거라고
    울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의 느낌이
    보름달이 집어삼킬 듯한
    광활하고 압도적인 우주 공간 속에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밀어넣어지는 듯한
    너무나 나약하고 무기력한 나,
    벼랑으로 떨어지는 듯한
    통제할 수 없는 이 추움과
    연결이 될 수 있을까?

    나는 아직도 고소공포증은 가지고 있다.
    아니라 다짐해도
    자동으로 후들거리는 다리

    보여지는 것 더 아래에 깔려있는 감정
    그 감정에 함께 하는
    안심되고 따뜻한 과정
    신뢰로운 관계

    심리상담사가 되길 잘 했다.
    특히 내담자 중심의 상담기법을 선택하고
    정서를 중심으로 해결할 방법을
    찾고 있는 상담사가 되어
    다행이다.

    그리고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소리내어 호소하는 공황장애를
    단순히 두려움이 아니라
    그 속의 고독감
    압도되는 무기력감으로
    알아차리고 공감해줄 수 있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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