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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고통, 익숙해지지 않는 두려움지그/버텨주기 2023. 9. 26. 01:19
감기에 잘 걸리던 나는
코로나를 맞아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고,
특히 마스크를 열심히 쓰고,
다른 때보다 건강에 유의하며 보내서인지
코로나 뿐 아니라
감기도 한번도 걸리지 않았다.
감기에 걸리면
특히 기침을 많이 하느라
목이 많이 상하고 힘이 들었다.
하지만 한 4년을
목이 걸걸대지 않는 기간을 보내며,
매우 상쾌하고 흡족한 목 컨디션 상태에
익숙해졌나보다.
이제 거의 마스크를 벗고 생활하지만
나는 그래도 마스크가 불편하지 않고
여러모로 보호가 되어
여전히 마스크를 애용하는 편이었다.
그러다가 나도 점차 마스크를 소홀히 하고
상담 중에 내담자는 마스크를 벗어도
나는 여전히 착용하고 진행했는데
이제 나도 벗어야할 시기를 정해야겠다
여기고 있을 무렵,
그만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사실 엄청 심한 증상은 아니었다.
감기 걸리면 당연히 아픈 정도의 아픔인데
견디기가 힘들었다.
감기 하도 잘 걸려서
약을 아예 먹지 않았었는데
약국을 찾아가
통증을 호소했다.아픔..
이틀 정도 아픔을 크게 느끼며
통증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내가 잘 알고 잘 견뎌내던 아픔인데
그리고 그만큼의 아픔인데
왜이리 힘들어하고
통증이 더 생길까 두려워하고 있을까?
내가 아픈 걸 싫어하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나 방어적으로
이렇게 몸을 사리고 있을까?
통증이 없던 4년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상담 중에 가정학대를 경험한 내담자를 만난다.
그들은 주로 자신에게서 잘못을 찾으며
그 아픔을 견뎌내려고 한다.
사랑이어야할 부모와의 관계가
그 반대라면 더이상 희망이 없을테니까..
그리고 자신을 마비시킨다.
고통에 익숙해져 간다.
하지만 그후 평화로운 삶을 살아가노라면
어느새 그 고통을 묻어두게 된다.
하지만 다시 학대당하거나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사건과 만나거나
또는 학대자를 다시 만나거나
그와 비슷한 특징의 사람과 만나거나
그 비슷한 상황에 놓어질 때,
어마어마한 두려움에 휩싸이게 된다.
전에는 두렵지 않았고
후에 두려운 것이 아니다.
전에도 내가 버티고 살아남기 위해
익숙해지는 마비를 선택한 것일 뿐
고통은 어마어마한 두려움으로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후에 다시 맞닥뜨리게 되었을 때
내가 애써 묻어놓은
그 두려움이 일제히 다 일어나는 것이다.
너무나 피하고 싶고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순간이니까.
나의 존재를 위협하고
밟아뭉개는
상황이니까.
두려움은 나를 보호하기 위한 정서다.
약하고 못난 감정이 아니다.
제대로 느끼고 표출하고
인정받아야 한다.
숨겨져서는 안된다.
나의 감기가
내담자들의 학대 고통과 두려움으로
연결되기엔
너무나 미흡하지만,
고통이 두려워지는 나를 발견하며
내담자들의 고통과
엄청나게 밀려오는 두려움을
조금은 체험한 것 같다.'지그 > 버텨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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